
에르메스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보통은 하나의 이미지가 먼저 스칩니다. 오렌지 박스, 버킨 백, 그리고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가방’.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다른 차원의 질문이 필요해졌습니다. “에르메스는 주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명품인가?”
우리는 흔히 명품을 소비의 영역으로만 생각하지만, 에르메스는 그 자체로 명품 같은 주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최근 몇 년간의 흐름을 보면 이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도 에르메스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더 단단해졌습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에르메스의 주가는 약 2.5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프랑스 CAC40 지수나 글로벌 명품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가장 꾸준하고 견고한 상승 곡선을 그려왔습니다. 지금은 이미 시가총액 2,500억 유로를 넘긴 초대형 기업이 되었고, 주당 가격은 2,000유로를 돌파했습니다. ‘비싸서 못 사는 가방’에서 ‘비싸서 못 사는 주식’이 된 셈이죠.

왜 이렇게 강할까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에르메스는 다른 명품 브랜드들과 다릅니다. 루이비통, 구찌, 디올 등이 대중화를 통해 외형 성장을 추구할 때, 에르메스는 철저히 ‘희소성’을 지켜왔습니다. 전통적인 공방 시스템, 장인의 수작업, 주문 후 수개월이 걸리는 생산 프로세스, 그리고 유통망의 철저한 통제. 이 모든 게 하나의 철학처럼 이어져왔습니다.
에르메스 실적
이 철학이 실적(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으로도 증명됩니다. 2024년 한 해, 에르메스는 약 137억 유로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무려 43%에 달했습니다. (정말 끝장나는 영업이익률이죠? TSMC만큼 영업이익을 많이 남기는 기업인겁니다) 전 세계 소비재 기업 중에서도 거의 손에 꼽히는 수준입니다. 특히 놀라운 건 이런 실적이 단순히 가격 인상이나 환율 덕분이 아니라, 진짜 수요 증가에서 비롯됐다는 점입니다.
2025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에르메스는 매출 €41억(전년 동기 +9%), 전 지역 고른 성장을 기록하며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견고한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일본(+17%), 미국(+11%), 유럽(+13~14%) 등 고소득 시장에서의 수요가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국에서는 관세 반영으로 3.4~7.1% 수준의 가격 인상이 단행되었으며, 이를 통해 브랜드 가치 유지와 수익성 강화를 동시에 확보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에르메스는 프랑스 내 생산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합니다. 중앙 프랑스와 노르망디에 가죽 공방 신설 계획을 진행 중이며, 2025년 말 L’Isle-d’Espagnac 신규 공방 개설을 목표로 하는 등 장기적인 품질·희소성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에르메스는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중국·한국·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의 매출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고소득층 소비가 위축되는 가운데서도, 에르메스 매장은 여전히 예약이 어렵고, 매출은 증가하고 있죠. 심지어 리셀 시장에서는 일부 제품이 정가의 2배 이상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브랜드 충성도와 희소성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에르메스는 단순히 ‘가방 회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의류, 시계, 인테리어, 향수까지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확장해왔고, 각각의 카테고리에서도 ‘에르메스스럽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2025년에는 새로운 가죽 공방과 플래그십 매장 확장 계획도 발표되며, 장기적인 성장 기반도 더욱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에르메스는 사실상 ‘럭셔리 섹터의 ETF’ 같은 존재입니다. 전통 명품 시장의 흐름을 이끌면서도, 위기 때 가장 적게 흔들리고, 회복 때는 가장 먼저 반등하는 구조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PER은 현재 약 50배 수준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브랜드 프리미엄, 공급 조절력, 전 세계 최상위 소비자와의 독점적인 관계를 고려하면 ‘고평가’라는 말이 쉽게 붙지 않는 종목이죠.
물론 리스크가 없진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고가 소비 위축, 환율 변동성, 럭셔리 시장 내 경쟁 심화 등이 있습니다. 최근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 강화로 인해 가죽 제품 생산에 대한 사회적 압박도 커지고 있고, 동물복지 이슈도 점점 부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에르메스는 이에 대해 투명한 윤리경영, 재활용 가죽 활용, 장인 정신 강조 등으로 비교적 현명하게 대응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오랜만에 52주 신고가 대비 20% 이상 하락했고, 주식에서 좋은 주식의 가격이 저렴해지는 것만큼 호재는 없기 때문에 (그리고 내려온 경우도 별로 없었고) 지금은 다시 한번 에르메스 주식을 분할 매수해보는 것을 고려해볼 좋은 시기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에르메스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에르메스는 단순한 고급 브랜드가 아니라, 시대를 이끄는 문화의 상징이자, 자산의 보존 수단이 된 주식이다.” 소비자에게는 소유의 기쁨을 주고, 투자자에게는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안겨주는 드문 기업. 명품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빛이 바래는 게 아니라 더 깊어지듯이, 에르메스의 주식도 그런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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